수험기간 동안 다른 합격자들의 수기를 읽으면서 ‘나는 언제 저렇게 합격수기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합격수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다른 합격자들보다는 대체로 짧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길었던 총 2년 3개월간 저의 수험생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2000년 1월 입대 후 4월 초 이등병 시절 첫 휴가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곧 휴가를 나간다고 아버지와 통화를 하던 중 뭔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일 낮에 집 전화를 받으시는 것도 이상하고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우울감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휴가를 나와서 오랜만에 본 아버지의 모습은 예전에 제가 보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수염을 깎지 않으셔서 깔끔하지도 않으신데다 초점을 잃은 눈빛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혹시 아버지께서 실직을 하셨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아버지께서 근무하시던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고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아버지께서 정년을 4년여 남겨두시고 회사를 그만두시게 되었습니다.
2002년 3월 전역 후 다시 부모님과 생활하게 되면서 아버지의 심각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가족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많으셨고 세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씀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때는 저는 그 모습을 마주하는게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도 처자식이 생기고 40대가 넘어가면서 그 당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직 후 재취업하시기가 어려운 상황에 대한 자괴감이 크셨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버지께서 50대 후반의 나이에 특별한 자격이 없으셨기에 재취업이 쉽지않으시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중에 취업하더라도 항상 미래 준비를 해놓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대학교 4학년, 2005년 취업 재수 시절 공기업 공채 공부를 위해서 영등포 K학원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 학원에서는 정보통신기술사 대비반을 운영하고 있으셨습니다. 학원장님께서는 공채 수업중에 간간히 정보통신기술사에 대해서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때 기술사라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나도 나중에 취업하면 기술사 공부를 해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2006년 1월 취업을 하게 되었고 근무하면서 회사 내 정보통신기술사 자격을 가진 선배님들을 만날 기회가 간혹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만나면 기술사 자격에 대해서 여쭤보기도 하는 등 항상 자격 취득에 대한 마음은 있었지만 결혼, 육아 등의 핑계로 본격적인 수험생활은 16년이 지나서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 본인이 할 일을 제 도움없이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아이엄마가 휴직 중이어서 상황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해 6월 서초 B학원에서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생활의 모든 부분을 최대한 공부에 집중해서 수험생활을 오래가져가지 않겠다는 계획으로 시작했습니다. 시작하면서 힘들 수 있다는 각오를 아주 크게 했는데 실제 수험생활은 제 각오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공부하면서 운적도 되게 많았습니다. 가족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공부가 힘들기도 하고, 합격에 대한 기약이 없는 것이 막막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서 눈물이 나올때도 많았습니다. 울었던 기억중에서 지금 가장 생각나는 일은 2023년 5월 2박3일 팀장 연수 기간입니다. 연수원에서 다행히 1인1실을 배정해줘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부중에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거의 30분 정도를 울었습니다. 그 당시 뭐가 그렇게 눈물을 자극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험생활 중 힘들 때마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에게 정보통신기술사 자격 취득은 목표가 아니라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나는 분명히 기술사가 될 사람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이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특전사, UDT 지원자들이 몇 달간의 혹독한 특수훈련을 통해서 전사로 만들어지듯이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실제 수험생활 동안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기술사 합격자마다 공부했던 과정은 천차만별일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설정했던 공부 방향이 꼭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수험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3가지로 구분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예전에 서점에 갔다가 제목이 매우 강렬해서 사서 읽게 된 책입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아서 손흥민 선수 아버지께서 손선수를 훌륭한 선수로 키워내셨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손웅정 감독은 손선수가 초등 6학년이 될때까지 일절 슈팅 연습, 경기 등을 시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로지 리프팅 같은 볼 컨트롤 연습만 시켰다고 합니다. 아직 아이들은 무릎이 약하기 때문에 무리한 경기 투입보다는 기본을 쌓아나가는 연습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셨고 그 연습만 무려 7년을 시켰다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축구부에 보내지 않고 볼 컨트롤만 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고 합니다. 결국 아버지의 그런 기본에 충실한 훈련은 손선수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저는 정보통신기술사 시험의 기본은 통신이론, 무선공학, 정보통신공학, 설계감리 이렇게 4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과목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이 4과목을 충실히 공부해야지 기본이 탄탄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야지 다른 과목들을 공부할 때 이 4과목이 기본이 되어서 더 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4과목을 단순히 학원 교재만 보지않고 구글 검색 자료, 참고 서적들도 많이 읽었습니다. 이 4과목은 필기시험에도 중요하지만 면접시험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2) 그릿 (안젤라 더크워스)
예전에 도서관에서 갔다가 추천도서 코너에 있길래 읽어본 책입니다. 안젤라 더크워스 교수는 미국의 심리학자입니다. 그녀는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연구, 조사 하던 중에 그들에게 그릿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릿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지능, 재능, 환경을 뛰어넘은 열정적인 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릿을 ‘끝장을 보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그에 대한 실천’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저는 정보통신기술사 수험생활에도 항상 끝을 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몇시간씩 꾸준히 하루도 쉬지않고 공부를 했습니다. 합격에 대한 기약이 없는 막막함이 들더라도 일부러 불합격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과 실천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험생활을 완주하게 한 동력같습니다. 흔히 기술사 합격자들께서 ‘포기만 안하면 합격한다.’라고 말씀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위에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과 같은 이유때문일 것 같습니다.
(3)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유클리드)
위 문장은 누구나 들어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로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명언을 인용한 문장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는 이집트에서 그리스까지 뻗어있는 대제국을 통치하기 위해서 교통망(Royal Road)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왕의 전령들이 무려 2,500km가 넘는 이 길을 1주일만에 달려서 왕명을 전달했다고 하니 얼마나 빠른 길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기하학은 학생들이 지성을 쌓기위한 기본적인 배워야할 과목이었고 학생들중에는 왕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프롤레마이오스 왕이 기하학이 너무 어려워서 스승인 유클리드에게 기하학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유클리드는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로 왕에게 답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모든 배움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정보통신기술사 공부에도 왕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수험생활 동안 무조건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당연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었고 회사가고 잠자는 시간 말고는 대부분 공부만 했습니다. 초반에는 교재를 볼 때 마다 모르는 용어가 수두룩했지만 알아도 보고 몰라도 보고 계속 많이 봤습니다. 시간을 많이 들여서 자꾸 공부를 하다보니까 점점 저만의 공부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험생활 초반에는 단기합격, 효율성 등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무턱대고 막무가내로 시간을 많이 쓰는 방법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르는 내용도 자꾸 보다보면 거기있는 용어들이 익숙해집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알파벳부터 알아야하듯이 어떤 과목을 잘하기 위해서는 거기서 사용되는 용어들과 친숙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부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동통신, 정보보안 등은 완전 생소했는데 용어들이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그 과목들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수험생활 중 주변에 실력이 뛰어난 수험생들을 보면 불안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의도적으로 신경쓰지 않고 위에 말씀드린 3가지 방향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1) 129회 필기시험 대비 기간 (2022년 6월 ~ 2023년 2월)
이 기간의 공부 방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조건 자료들을 반복하고 많이 접한다.’였습니다. 2005년 입사시험 대비 공부 이후 아주 오랜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기에 예전에 공부했던 통신공학 관련 내용들중에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사는 공부 범위가 워낙 넓기에 처음 보는 내용들도 아주 많았습니다. 강의 교재와 동영상을 모르더라도 최대한 용어를 체득한다는 마음으로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은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아보거나 구글 검색을 통해서 내용을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과목으로 봤을 때 설계감리는 전체 공부 비중의 30% 이상을 할당했습니다. 그 이유는 중요도가 아주 높은 과목인데 너무 생소하기도 했고 평소에 앞으로 구축 업무를 해보고 싶기에 관심이 많기도 했습니다. 설계감리 강의 동영상은 거의 10번 이상은 되풀이해서 봤던 것 같습니다.
서브노트는 1교시 형으로만 일주일에 6개 정도씩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교재 내용을 옮겨적는 수준이 아닌 구글 검색을 통해서 이해도를 높이면서 작성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48.75점을 획득했습니다.
(2) 131회 필기시험 대비 기간 (2023년 3월 ~ 2023년 7월)
이 기간에는 서브노트를 만들면서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찾아보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학원 숙제로 일주일에 기출문제 중 1교시 형 6개, 2,3,4교시 형 4개를 서브노트로 작성해야했는데 해당 문제의 토픽과 그와 연관된 내용들을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만들었습니다. 해당 기술과 연관된 기술들을 파악해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해의 폭을 넓히는 훈련을 하는데는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1개의 서브노트 당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많은 토픽을 접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54.65점을 획득했습니다.
(3) 132회 필기시험 대비 기간 (2023년 8월 ~ 2024년 2월)
이 기간에는 최대한 많이 1교시 형 서브노트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131회 필기시험 후 익혀야할 토픽수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원 수업 진도에 대한 복습, 예습 토픽을 선정해서 일주일에 최소 30개 이상의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토픽에 대해 서브노트를 작성하더라도 그와 연관된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은 계속 유지했습니다.
이 기간 초반에는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치르면 시간내에 분량을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후반에는 실력이 향상되어서 상위권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단기간에 실력이 급상승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합격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으나 결과는 51.33점으로 불합격했습니다. 2교시 1개, 3교시 1개의 계산 문제에서 풀이는 맞았으나 답이 틀렸고 4교시 네트워크 분석기 문제에서 착각하여 스텍트럼 분석기 내용을 적은 것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교시에 기력과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문제를 제대로 숙지 못하고 스팩트럼 분석기 내용을 충실히 적은 후 집에 와서 시험지를 다시 보니 문제가 네트워크 분석기인 것을 알고 아차 싶었습니다. 네트워크 분석기를 업무중에 다뤄본 경험도 있고 이론적으로도 이해하고 있는 장비였기에 너무 원통함이 컸습니다.
이후 공부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이번 시험에서 실수를 한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나의 실력이 이 정도였다. 문제를 숙지하는 연습이 많이 부족했다. 내가 이것을 실수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것은 핑계가 되어버려서 다음 시험에서 똑같은 이유로 불합격을 하게된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134회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하기가 수월했습니다.
(4) 134회 필기시험 대비 기간 (2024년 3월 ~ 2024년 7월)
이 기간에는 2,3,4교시 형 서브노트 작성 연습과 법과 기술기준 반복 숙지를 많이 했습니다.
2,3,4교시 문제들은 문제가 길고 물어보는 내용이 많기에 문제를 정확히 숙지하고 소제목 구성 및 문단 구분을 잘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합격자들의 모의 답안지나 서브노트를 많이 찾아보면서 어떻게 글을 구성했는지를 많이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1개씩 서브노트를 작성했습니다.
정보통신과 관련된 법과 기술기준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정보통신과 관련된 법과 기술기준이 너무나도 많기에 이것을 완벽히 숙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반복해서 읽어봐야 합니다. 특별한 방법없이 그냥 많이 반복했습니다. 반복하다보니까 어느정도 머릿속에 기억이 되었고 법과 기술기준 관련 문제가 많이 출제된 134회 필기시험에서 아주 유용하게 발휘되었습니다.
134회 필기시험을 앞두고 했었던 생각은 ‘이번 시험에서 설계감리 문제는 무조건 다 푼다.’였습니다. 이유는 두가지 였습니다, 첫째로 정보통신분야 설계감리 이슈가 워낙 많고 중요도가 높아지기에 채점관들에게 그 분야에 준비가 되어있는 수험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둘째로 설계감리의 근간이 되는 법과 기술기준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명문화된 지침이기에 관련 문제에 대한 답은 오로지 해당 법 혹은 기술기준과 똑같이 쓰는 것 단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서입니다. 그렇기에 설계감리 문제를 풀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134회 시험에서 1교시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2교시 2문제, 3교시 2문제, 4교시 4문제가 출제된 설계감리 문제는 모두 풀었습니다. 이 방법은 실제로 2,3,4교시 풀었던 12문제 중 단 1문제만 14.7점을 받고 11문제는 모두 15점 이상을 획득했기에 유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34회 필기시험을 치르면서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4교시 3번째 문제에 대한 답을 작성하는데 머릿속으로 뭐를 적어야할지 전혀 고민되지도 않고 제 손이 알아서 답을 적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말이 안되는 현상이고 제가 세상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본 일이라서 정말 설명이 어렵습니다만 실제 겪은 일입니다. 그때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평소 제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계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그동안 제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4번째 문제도 제 손이 알아서 답을 작성해 주었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그때 ‘나는 이제 여한이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는 61.93점으로 합격이었습니다.
(5) 134회 면접시험 대비 기간 (2024년 8월 ~ 2024년 9월)
필기시험 합격에 대한 기쁨도 잠시였고 막상 면접시험을 준비하려니까 막막함이 컸습니다. 그동안 필기시험 준비에 몰두해와서 면접시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학원에서 조직해준 스터디그룹 멤버 5명과 모의 면접 연습을 했습니다. 연습을 하면서 막막함이 약간 줄어들기는 했으나 면접시험 합격을 위한 명확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시험 준비하는 중에 출제기준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제기준 내 면접항목에는 ‘1. 기술사가 갖추어야 할 주된 자질, 사명감, 사회적책무, 윤리강령’, ‘2. 기술사 자기개발 과제’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막막함이 약간 해소되었고 시간될 때 마다 사회적책무, 윤리강령 등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제 나름대로 많이 해봤습니다. 그리고 법과 기술기준을 매일 반복 숙지하면서 관련 내용을 입으로 많이 읊어봤습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법과 기술기준을 반복 숙지하려했던 습관이 면접시험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깔끔하게 답변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지만 위와 같은 부분을 염두하면서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또박또박 답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면접시험에서 제 실력보다는 운이 더 따랐는지 결과는 동차 합격이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사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3가지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사회적 책무
수험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리 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철저히 개인적인 이유였습니다. 공부한지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어떤 강사님께서 엔지니어링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을 링크해주셨습니다. 영어로된 짧은 동영상이었는데 요지는 엔지니어링의 역할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을 돕고, 더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평소에 공부하면서 시험에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어떤 기술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 동영상을 보고나서 언급된 역할 3가지를 하는 기술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술사의 사회적 책무, 윤리강령 등이 다 위의 내용과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기술사 자격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다 이런 역할을 할 인력들을 양성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겸손함
저는 132회 필기시험을 마치고 나서 비록 실수한 문제들도 있지만 나머지 문제들을 잘 풀었기에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지만 그때는 전보다 실력이 많이 향상된 상태로 시험을 봤으니까 잘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시험을 잘봤냐고 물어보면 잘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너무 오만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답안에 대한 평가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니고 채점위원들이 하는 것인데 제가 뭐라고 마음대로 평가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134회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마친 후에는 일절 시험에 대한 평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이엄마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한번 기다려 보자.’라고만 말했습니다.
제가 이글에서 겸손함을 말한다는 것이 도리어 겸손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기술사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겸손함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늘이 저에게 겸손함을 알게 해주려고 132회 필기시험에서 일부러 불합격시키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3) 감사함
수험생활 동안 제가 합격하길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시간을 희생해준 가족들, 많은 지식과 경험을 알려준 선배 기술사들, 본인도 힘든 상황에서 응원을 보내준 스터디그룹 멤버들 등 이런 많은 분들이 제 옆에 있었기에 최종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 제가 미처 기억하지 못해도 저를 응원해주고 도와주신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이 글을 빌어서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보통신기술사 수험생활은 제가 잘 되는 것은 제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그 감사함을 마음속에 새기고 저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합격수기를 적다보니까 2년 3개월의 시간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이 합격수기가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보통신기술사 김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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